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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죽었다> 전문 -부장판사 김동진

by Rue&Lune 2014. 9. 12.

원글 링크

http://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3724916

 

원본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4894.html

 

 

핫게간 글에도 있습니다만
전체글이 아니기에 전문을 옮겨봅니다

또한 정치이슈이기 이전에 모든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자게에 올립니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 어떤삶을 살아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네요

이글은 대법원 직권으로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4894.html

<법치주의는 죽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김동진

판사와 검사의 책무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다. 선거에 의하여 다수의 지지를 얻은 정권은 때
때로 힘에 의한 ‘패도정치(覇道政治)’를 추구한
다. 소수의 권력자들이 국가의 핵심기능을 좌지
우지하고,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마음 내키는 대로 통치를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아무리 다수결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정신
의 한 축인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유린하는 것
이다.

헌법이 판사와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하라”고 하는 준엄한
책무를 양 어깨에 지운 것은, 판사와 검사는 정치
권력과 결탁하지 아니한 채 묵묵히 ‘정의실현(正
義實現)’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전제
돼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판사와 검사에게 ‘신뢰
(信賴)’를 부여한다면, 우리들은 그것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들의 심연(深淵)에 있
는 출세욕, 재물욕, 공명심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심(私心)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
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다.

2013년 9월부터 올해의 이 순간까지 다수의 지
지를 받고 있는 현 정권은 ‘법치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법
치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고군분투(孤軍奮鬪)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국
정원의 선거개입에 관하여 의연하게 꿋꿋한 수사
를 진행하였던 전임 검찰총장은 사생활의 스캔들
이 꼬투리가 되어 정권에 의하여 축출되었다.
2013년 9월부터 10월까지 검사들을 비롯한 모
든 법조인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
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
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며, 대한민
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이 한 편의 ‘쇼
(show)’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각종 언론은 이
런 상황을 옹호하면서 나팔수 역할을 하였다. 내
가 바라본 2013년의 가을은 대한민국의 법치주
의가 죽어가기 시작한 암울한 시기였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다. 인명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대응에 직무
유기적인 형사책임의 요소가 있었으므로, 마땅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언론보도가 이루어져
야 했고, 또한 검찰이 선장과 선원 등을 수사함에
있어서도 해경의 구조 담당자들을 아울러 수사했
어야 했다.

그런데 법치주의 정신에 입각해 보면 당연히 진
행돼야 할 이러한 과정들이 정권에 의하여 차단
이 되었고, 국민들은 현 정권이 뭔가를 은폐한다
는 의혹을 품은 가운데 사태가 커지는 형국으로
전개되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현 정권이
승리하면서 이런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민간기구(특별조사위원회)에게
수사권과 공소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
민국의 법치주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어제 국정원 댓글 판
결을 선고하였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국
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공직선거
에 관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위법적
인 개입행위에 관하여 말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동기참작 등의 이런저런 이유
를 대며 슬쩍 집행유예로 끝내 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찾아 출력한 다음
퇴근시간 이후에 사무실에서 정독을 하였다. 판
결문은 204쪽에 걸친 장문(長文)인데, 주로 개
별적인 증거들의 취사선택에 관하여 장황하게 적
혀 있고, 행위책임을 강조한다는 원론적인 선언
이 군데군데 눈에 띄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개입의 목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하
면서 공직선거법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였다.

판결문을 모두 읽은 후에, 나는 이런 의문이 생겼
다.

(1)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
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
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
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
시킬 수 있는 것일까? ... 이것은 궤변이다!

(2) 판결문의 표현을 떠나서 재판장 스스로 가슴
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독백을 할 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개
입의 목적이 없었다니...』 허허~~ 헛웃음이 나
온다.

(3) 재판장은 판결의 결론을 왜 이렇게 내렸을
까? 국정원법위반죄가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원세
훈 국정원장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니,
실질적인 처벌은 없는 셈이다. 대통령선거가 있
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
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
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 이 판결은 ‘정의(正
意)’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
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이
가득한 판결일까? ...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
기에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다시 돌아와서, 판사님들과 법원 가족들에게 고
사 성어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국의 고사
성어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잡고서 허
수아비 왕 호해에게 사슴(鹿)을 바치면서

(馬)입니다.”라고 말했다. 왕인 호해는 “왜 사슴
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합니까?”라고 말하며 신
하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신하들이 조고
의 편을 들면서 “말이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단
지, 몇 명의 신하들만이 “말이 아니라 사슴입니
다.”라고 진실을 말했는데, 환관 조고는 나중에
진실을 말했던 그 신하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한 마디로 말하겠다. 나는 어제 있었던 서울중앙
지법의 국정원 댓글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
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자명(自明)한 사실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이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담
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
렸다.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 담당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
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13년에 형사정책연구
원이 성인남녀 17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집
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
답자의 76.3%가 “돈과 권력이 많으면 법을 위반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수단
으로 “법(法)”을 꼽은 응답자는 43%로서 절반에
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전국의 성인
남녀 2937명을 대상으로 한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법을 지키면 손
해”라고 대답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 3. 26.자 세계일
보 참조).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
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
지인들은 나에게 말하기를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국민들
은 더 큰 “뭔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제발 상식
과 순리가 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
는 곳에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나는 2012
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여당/야당 중 어느 쪽도 지
지하지 않았다. 누군가 “편 가르기” 풍조에 입각
하여 나를 향하여 “좌익판사”라고 매도한다면, 그
러한 편견은 정중히 사양하겠다. 나는 판사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몰락에 관하여 말하고자 할
뿐이다. ...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
법상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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