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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로 새벽길을 나선다. 날이 차다.

by Rue&Lune 2018. 4. 21.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로 새벽길을 나선다. 날이 차다.

두껍께 입은 옷 안으로 추위가 느껴진다. 마음이 추운 탓일까? 그래 같이 걸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아직은 동행이라는 말이 가진 따스함 보다 더 따스한 것을 알진 못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어도.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있지 않았고, 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 멀리 서있었다.

아마 산다는 것은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아닐까? 비틀거리고, 흔들리며 내딛는 한발 두발을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발을 내딛은 이상 멈출 수 도 없이 걸어가야 하는 길인 것임을.

쓸쓸했다. 그리고 추위가 참 매섭다. 웅크려진 어깨로 걸어가며, 내가 이 길을 왜 걷는 것인 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가끔은 숨을 계속 쉬어야 하는 것을 멈추고 싶을 정도로 산다는 것이 참 고달프게도 느껴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그렸을 때 쓰레기통에 버리는 파지처럼 내 삶도 그렇게 구겨서 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림을 그릴 종이는 다시 구할 수 있지만, 내 삶은 하나밖에 없는 것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이렇게 이른 새벽 웬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새벽시장이 열리는 모양이다. 모닥불에 모여 불을 쬐는 그들은 잠을 채우지 못한 듯 하품을 하며, 눈곱을 떼는 사람들도 눈에 보인다. 왠지 모를 따뜻한 풍경이었다. 모닥불의 열기 때문만이 아닌 이 훈훈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갑작스러운 부끄러움이 내게 다가선다. 주어진 삶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의 앞에서 내 모습은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

지금 이렇게 떠오르던 새벽의 태양이 아침을 불러오듯 세상은 그렇게 밝아오는것이 아닌가, 아직 어둑한 거리를 쓸어내고 있는 환경 미화원의 쓸어내림 사이로, 호호 손을 불어가며 물건을 옮기는 그들의 손끝에서, 그리고 도서관과 학교를 향하는 학생들과 출근길의 회사원들의 발검음에서부터 그렇게 아침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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